~게임 밸런싱이란?~
균형을 맞춘다는 이름처럼 게임 내에 등장하는
요소들의 패턴과 파워,규칙을 조절해서
난이도를 설정하는 작업을 말한다.
게임의 직접적인 플레이 경험과 맞닿아있는 만큼
꼭 게임개발자가 아니더라도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느정도 익숙한 개념이다.
우리나라에서 꾸준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있는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에서 매번 내놓는 패치노트도
게임의 일방적인 정답이 정해지지 않도록
꾸준히 밸런스를 뒤바꿔서 플레이어에게 새로운
메타에 적응하고 새롭게 배울 것을 요구함으로써
게임의 수명을 늘려가는,
온라인 게임에 매우 적합한
운영 방식이자 밸런싱방식으로서도
매우 훌륭하다고 볼 수 있는 방법이다.
게임의 재미라는 것이 워낙에 주관적인 개념인 만큼
적당한 밸런스를 맞추는 일 또한 상당히 주관적이고
따라서 수학적인 공식으로
정립된 이론에 따르는 것 보다는
위의 리그오브레전드처럼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쳐서 수정해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밸런스에는 아무런 이론이 없는가?
물론 그렇지는 않다.
앞서 밸런스를 다루는 것이 게임 내의 요소간
관계와 파워, 규칙을 바꿈으로써
난이도를 조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따라서 그것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는
시행착오를 통해 조정해 나가겠지만
관계,파워,규칙을 어떻게 설정하고
어떤식으로 바꾸는 패턴이 있는지
영화로 치면 클리셰,
문학으로 치면 대표적인 표현기법들을
추리고 모아서 알아볼 수 있다.
지금부터는 게임 내 요소간의 관계와 파워가
일정한가 혹은 특정 규칙을 가지고 변화해나가는가를
기준으로 처음 게임을 만들 때
정적 밸런스와 동적 밸런스를
설계하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정적 밸런스>
정적이다, 다시 말해서 바뀌지않고 한결같다는 것은 그만큼
그 게임에서 핵심이 되는 규칙이라는 뜻이다.
위에서 예시를 든 리그오브레전드 같은 경우에도
캐릭터의 스킬이나 스텟같은 세부수치,
경험치, 정글 몬스터 리젠율같은 것들은 시시때때로 바뀌지만
원거리 딜러<암살자<탱커<원거리 딜러<암살자<... 순으로
순환하는 기본적인 역할군별 밸런스라던가
시즌 초기에 정립된 EU메타*를 최대한 유지하는 식으로
패치를 이어나간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정적 밸런스는 게임의 근간이 되는 밸런스이자
게임을 처음 기획하고 설계할 때 가장 먼저 신경 써야되는
요소들간의 균형관계라고 정의할 수 있다.
또 변하지 않는만큼 이후에 업데이트 등을 통해 밸런스를
수정해 나갈 때에도 하나의 좋은 기준이나 방향이 돼줄 수 있다.
*EU메타 = 탑 미드 봇 라이너와 봇 라인 원딜서폿,
1 정글러라는 역할분배를 가지고
초반 라인전 단계를 진행해 나가는 롤의 게임전략.
유럽 유저들이 정착시켜 EU메타라는 이름을 가졌다.
지금은 거의 선택이 아닌 필수공식처럼 자리잡았다.
[ 대표적인 정적 밸런싱 기법 ]
1. 확률 값과 평균 값
유저가 직접 조정하지 않는 유닛간의 대결과 관련된 밸런싱 기법이다.
이를테면 유닛 A와 유닛 B가 대결할 경우 20%확률로 B가 이긴다
같은 공식을 설정해 놓는 것을 들 수 있겠다.
2. 우월전략
앞서 롤을 설명하면서 언급했던 '일방적인 정답'이 우월전략이다.
정적 밸런스를 설계하는 과정에서도 최대한
어떤 상황에서든 통하는 꼼수나 필승전략같은 것들이
생기지 않게큼 검토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여기서 반복적 테스트를 통해 충분 검토를 했다고 해도
얼마든지 나중에 동적 밸런스를 건드리는 과정에서
새로운 우월전략이 등장할 수도 있는 법이라
게임의 수명을 위해서는 항상 경계해야한다.
롤에는 대표적으로 마스터 이-타릭 조합을 이용한
몰아주기 전략이 있었는데 등장하기가 무섭게
이들을 저격하는 패치가 이루어졌었다.
3. 대칭
데칼코마니처럼 나한테 있는건 너한테도 있고 쟤한테도 있다는 식으로
요소를 분배하는 밸런싱 기법이다.
평등,공정과 관련된 밸런싱 기법이라고 볼 수 있고
경쟁이 들어가는 게임이라면 당연 상당히 중요하다고 볼 수 도있지만
남발하게되면 게임이 너무 단순해진다는 단점은 존재한다.
굳이 컴퓨터 게임까지 가지않더라도 카드 게임을 할 때
공평하게 1턴씩 돌아가면서 갖는 점이나
처음 받는 카드패의 장수를 같게 맞춰주는것 또한
대칭기법이라고 볼 수 있다.
4. 추이적 관계(=일방적 계층관계)
말은 좀 어렵지만 쉽게 말하면 계급관계라고 보면 된다.
일의 추이를 본다는 말은 일이 시간에 따라 변해가는
모습을 본다는 것인데
수학에서 X<Y이고 Y<Z이면
별다른 조건을 더 달지않아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X<Z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때 X,Y,Z가 추이적 관계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뒤에서 살펴볼 비추이적 관계를 생각하면 여기서 말하는 추이에서
핵심은 시간의 방향이 하나듯(과거로 갈 수는 없으니까)
단방향적인 계급관계라는 뜻에서 추이라는 이름을 붙인듯 하다.
여하튼, 게임에서도 당연히 유닛간의 위계나 계급이
존재할 수 있다.
PVP같은 사람끼리 경쟁하는 게임보다는
싱글 플레이 게임같이 사람과 게임이
경쟁하는 게임에서 자주 등장하는 기법이다.
포켓몬스터만 해도 첫번 째 체육관 관장이 가장 약하고 가면 갈수록
관장이 강해지는 것을 볼 수 있는것처럼 말이다.
다만 꼭 싱글 플레이에서만 써야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는 것이
체스나 장기에서 말들은 종류마다 분명히 능력이 다르고
졸과 차는 같은 한턴에 움직일 수 있는 범위에서 그 능력에
분명한 추이적 관계를 가지지만,
하찮은 능력을 가진 졸은 대신 그 숫자가 더 많고
능력이 좋은 차라고 해도 능력을 잘못 활용하면
졸한테 잡힐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경쟁형 온라인 게임에도 활용은 가능하다.
5. 비추이적 관계 (순환적 상성관계)
돌고 도는 상성관계.
이 또한 게이머들에게는 꽤나 친숙한 밸런싱 기법이다.
카드게임이나 턴제전투게임에서는 빠지면 섭섭할 정도로
자주 나오는 기법이고
리그오브레전드도 암살자 원거리 딜러 탱커처럼
어느정도 비추이적 관계를
도입하고 유지하려는 방향으로 패치를 진행하고있다.
절대 강자가 존재하지 않기때문에
어찌보면 완벽한 밸런싱처럼도 보이지만
누가 누구한테 강하다는 것은 고정돼 있기때문에
이 또한 유저들이 게임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고이기 시작하면)
게임이 뻔해질 수 있다는 허점도 존재한다.
여기서 개인적인 소감을 조금 털고 넘어가자면
가위바위보같은 단순한 상성관계에서 좀 더 역동성을 주려고
상성관계를 복잡하게 하는 게임들은 꽤 많은 편이지만
속성의 종류가 많아질수록 속성간의
상성을 암기토록 강요하지말고
최대한 상식선에서 이해가 갈 수 있게 설계하고
납득이 되게 설계해야 좋다는 걸 항상 느낀다.
대표적으로 포켓몬스터가 그런데
물 속성이 불 속성에 강하고
불 속성이 풀 속성에 강하고
풀 속성이 물 속성에 강한 것은
물,불,풀의 현실에서의 특징을 생각해보면
굳이 외우지 않아도 어느정도 납득이 가고
좋았는데 속성이 점점 늘어날수록 상성관계가
납득이 가지않는 것들이 꽤 많이 늘어났고
이 포켓몬이 왜 이 속성이지?
이게 납득 안되는 포켓몬들도 많아서
속성 파악용으로 한번씩 때려보면서
외워야되는데 포켓몬 종류가
너무 많아서 귀찮았던 경험이 있다.
6. 상쇄
스킬 포인트 투자개념,분배개념을 통해
스킬 간의 밸런스를 맞추는 방식
롤로 예를 들면 볼리베어의 E의 경우
AP템과 잘 안어울리는 볼리베어에게
먼저 마스터할 가치는 적은 대신
기본 피해량 자체가 높아서
1렙 상태로만 찍어두고
마지막에 마스터해도 효율이 좋다.
반면 주력스킬 W는 기본 피해량은 적지만
아이템 구매에따른 추가스텟 계수가 붙어있고
찍을수록 기본 피해량과 체력회복량이
크게 올라가서 투자가치가 높다.
7. 조합
요소간의 조합이 생기는 경우
특정 조합만 너무 OP가 되지않게
조합간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 또한 필요하다.
그러나 경우의 수에 해당하는 조합의 경우
개발자가 모든 조합을 다 고려할 이유는 없고
보통은 조합됐을 때 시너지가 나는 조합이
어느정도 한정되기때문에
그 조합들을 위주로 밸런싱하고
미처 생각지못한 새로운 조합이
튀어나오는 경우 이후의 패치를 통해
조정하면 된다.
8. 발현 Emergence
적은 규칙들로 다양한 패턴을 만들어낸다.
어찌보면 밸런스보다는 시스템에 더 어울리는 내용이다.
창발, 발현등으로 불리는 해당 내용은
어찌보면 기획자가 뭔가 밸런스를 조작하기보다
일단 만들어놓으면 프로그램이 알아서
뭔가를 만들어가는 느낌이다.
예시로 분류되는 것들도 매우
인공지능 프로그래밍 예시에나 나올법한
내용들이다. 유튜브 영상으로 소개된 크리쳐스는
사이버 라이프라는 기술로 만들어진 것인데
최근에 나온 인공지능 세계를 그린 게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디트로이트를
만든 회사가 사이버라이프다.
이렇게 인간이 손쓰지않고
저절로 뭔가가 되게하는 방식들은
게임 기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개인 맞춤 밸런스조절 기술이 나올까?
뭐가됐든 참 기대된다.
9. 되먹임 고리(Feedback Loop)
되=뒤로,다시 라는 뜻이다.
되새김질,되돌리다 할때 그 되다.
반복적으로 돌리며(고리모양) 먹인다는 뜻인데
쉽게말해서 선순환과 악순환을 생각하면 되겠다.
돈을 잘 버는 사람은 더 많은 돈을 벌고 (선순환)
돈을 못 버는 사람은 갈수록 돈을 더 잃게되는 (악순환)
그런 모습들이 게임에도 적용되는 것인데
되려 게임에서는 이런식으로 일방적으로
차이가 벌어지는것이 자연스러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재미가 없기때문에 인위적으로 밸런스를 맞춘다.
롤의 경우 더 많은 돈과 더 높은
레벨 성장을 가지고있을수록
당연히 더 안전하게 적이 이득을 못보게
압박하면서 게임을 끝낼 수 있게되는데
라이엇은 이럴경우 한번 승기를 잡은쪽이 역전없이
게임을 지루하게 압살해버리는 양상이 자주 나오다보니
불리한 팀에게 일발역전의 기회를 자주 주기위해서
킬을 많이 먹거나 성장을 앞서가는 플레이어에게 현상금을
걸어서 잘큰 플레이어를 따게될 경우 제압골드를 제공해
성장차이를 확 좁힐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성했다.
<동적 밸런스>
게임의 기본적인 규칙으로서 요소 간의 균형을 유지해주는
정적 밸런스와 다르게, 동적 밸런스는
게임이 진행되는 도중에 일어나는 불균형을 최대한
바로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화학시간에 다루는 동적평형과 유사한 개념이다.
유리한쪽과 불리한쪽이 계속해서 고지를 점하려고
노력하지만 서로 해볼만한 그런 상황을
유지시키는 것이다.
물론 말이 쉽지 실제로 그러긴 쉽지않고
단순히 평형을 유지하는 것에만 집착하면
게임의 본질인 재미를 잃을 수도 있기때문에
동적 밸런스에 집착하기보다는
그냥 이런것도 있다 정도만 알고 넘어가는게 좋다.
위에서 다룬 롤의 현상금 시스템이
정적 밸런스 상태에서 동적 밸런스를 염두에 두고 만든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겠다.
맺으며, Pay to Win 모델에 대해서
Pay to Win 은 말 그대로 이기기위해 돈을 쓴다는 뜻이다.
국내 게임에서 지겹도록 봐온 과금아이템의 사기성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이 Pay to win 모델인데
돈을 조금 내면 확실하게 이길 수 있으니
너도나도 돈을 쓰면서 이기려 들고
그만큼 돈을 잘 벌어다준다는것은
이미 수 많은 국내 게임들이 몸소 증명하고있으나
대놓고 BM(비즈니스 모델)이 게임의 밸런스를
훼손하는 사례이기 때문에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정말 싫어하는 모델이다.
특히나 경쟁을 핵심으로 두는 게임일수록
Pay to Win은 효과적으로 돈을 벌어다주고,
확실하게 밸런스 생태계를 망친다.
부분유료화 방식도 그렇지만
Pay to Win 방식은 사람들이 정말
무형의 재화에 돈 쓰는 것을 아까워한다는 걸
실감하게 해주는 비즈니스 모델인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Pay to Win이 돈을 버는 방식은
대리게임 대리기사나 도박장이
돈을 버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않아보여
법적으로,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는 일인지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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